매일 지나치는 도서관에서 책 말고도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책을 빌리지 않는 사람에게도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를 찾아봤습니다

동네 도서관 앞을 자주 지나갑니다. 하지만 읽고 싶은 책이 없으면 들어갈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는 책을 검색하는 대신 도서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나씩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전자자료, 문화프로그램, 디지털 기기와 공간처럼 도서 대출과는 다른 이용방법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도서관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발견하다.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출근하거나 외출할 때 자주 지나칩니다.
건물도 알고,
위치도 알고,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들어간 것이 언제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빌릴 책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은 책을 빌리는 곳.
필요한 책이 있으면 가고,
없으면 가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도서관이라는 큰 건물이 정말 책을 빌리는 일만 하고 있을까?
이번에는 읽을 책을 검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이용안내’와 ‘서비스’부터 열어봤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메뉴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어떤 책이 있지?”
가 아니라,
“여기에서 나는 무엇을 이용할 수 있지?”

책장 밖으로 나가보다.
도서관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종이책입니다.
하지만 공공도서관 서비스를 찾아보면 자료의 형태부터 훨씬 다양합니다.

전자책.
오디오북.
전자잡지.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
도서관이나 지역에 따라 제공하는 종류와 이용방법은 다르지만, 반드시 책장 앞에 서야만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전자자료는 도서관 회원이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첫 번째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도서관에 간다는 것과 도서관을 이용한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집에서도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읽는 것 말고 듣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도 도서관에 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오디오북을 확인하면서 이 생각도 달라졌습니다.
책상에 앉아 책장을 넘기지 않아도 콘텐츠를 접할 수 있습니다.
이동하면서,
산책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동안 들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도서관이 같은 오디오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며 이용 가능한 콘텐츠도 다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특정 서비스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독서 = 종이책을 앉아서 읽는 것’이라는 방식 자체를 좁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서관이 제공하는 자료의 형태가 달라지면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상황도 달라집니다.

프로그램 일정표를 처음 열어보다.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평소 거의 들어가보지 않았던 메뉴도 열어봤습니다.

문화행사.
강좌.
독서프로그램.
전시.
작가와의 만남.
어린이·청소년 프로그램.
지역 도서관에 따라 내용은 다르지만 책을 대출하는 것 외에도 여러 교육·문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일부 프로그램은 무료이고,
일부는 재료비 등이 필요할 수 있으며,
사전 신청이나 정원 제한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 프로그램은 무료다’라고 한 문장으로 기억하는 것보다 내가 이용하려는 프로그램의 조건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여기에서 도서관의 모습이 다시 달라졌습니다.
자료를 보관하는 장소이면서,
사람이 배우고 경험하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공부하는 자리만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도서관의 공간도 다시 봤습니다.
예전에는 열람실이나 책상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의 종류가 다릅니다.

강의실.
회의·모임 공간.
미디어 관련 공간.
전시 공간.
어린이 공간.
휴식과 독서를 위한 공간.
일부 도서관에서는 창작이나 디지털 활동을 위한 별도 공간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도서관에 이런 시설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약이 필요하거나 이용대상이 정해져 있는 곳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도서관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목록을 외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 주변 도서관에는 어떤 공간이 있는지를 한 번 확인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컴퓨터가 있다는 것과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은 달랐습니다.
도서관에서 컴퓨터를 본 적은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서비스라고 하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PC 정도를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실제 도서관 서비스를 살펴보면 디지털 자료 검색과 멀티미디어 이용 등으로 범위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지역과 시설에 따라 제공되는 기기와 서비스는 다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도서관의 시설은 건물만 보고서는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밖에서 보면 책장이 보입니다.
하지만 어떤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어떤 디지털 자료가 있는지,
어떤 공간을 예약할 수 있는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도서관에서 가장 발견하기 어려운 서비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일 수도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에 없는 자료도 끝은 아니었습니다.
찾고 싶은 책이 동네 도서관에 없으면 예전에는 거기서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도서관을 직접 검색하거나 책을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공공도서관에는 도서관 사이에서 자료 이용 가능성을 넓혀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립중앙도서관의 책바다 서비스는 참여 도서관을 통해 다른 도서관의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책이 없다는 사실과 책을 이용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이 역시 지역 도서관의 참여 여부와 이용조건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도서관 하나의 서가만 보고 이용 가능한 자료 전체를 판단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책을 사기 전에 확인할 곳도 생겼습니다.
여기에서 7편에서 발견했던 구매 전 확인 습관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온라인 서점에서 가격부터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사이에 하나의 단계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
소장돼 있다면 빌려 읽을 수 있습니다.
전자책으로 제공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도서관에 없다면 다른 도서관에서 이용할 방법이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소장하고 싶은 책이라면 구매하는 것이 맞습니다.
반복해서 참고해야 하는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책을 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구매 전에 이용 가능한 선택지를 하나 더 알게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원증 하나가 어디까지 연결되는지 보다.
도서관 서비스를 찾아보다 보니 회원가입이나 회원증의 역할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책을 빌릴 때 필요한 카드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자자료나 일부 온라인 서비스, 상호대차·책바다 등은 도서관 회원 자격이나 별도의 이용절차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화려한 프로그램이 아닐 수도 있었습니다.

회원가입 방법.
이용대상.
온라인 서비스 이용조건.
자료 대출 기준.
이 기본적인 이용조건을 먼저 알아두면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범위가 보입니다.
회원증은 책 한 권을 빌리는 카드가 아니라 여러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었습니다.

모든 도서관이 같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조사하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었습니다.
어느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발견했다고 해서 전국 모든 도서관에서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운영 주체도 다르고,
시설 규모도 다르고,
보유 자료도 다르고,
예산과 프로그램도 다릅니다.
전자자료 계약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본 “도서관에서 무료로 할 수 있는 것 10가지” 같은 목록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내가 실제로 이용할 도서관의 현재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더 정확했습니다.
이번에도 결국 같은 원칙으로 돌아왔습니다.
좋은 정보는 목록을 많이 아는 것보다 내 상황에서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때 가치가 생깁니다.

가까운 도서관 하나를 정해서 찾아보다.
그래서 전국의 모든 도서관 서비스를 조사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갈 수 있는 가까운 도서관 하나를 정합니다.
홈페이지를 엽니다.
그리고 책 제목을 검색하기 전에 메뉴부터 살펴봅니다.

이용안내.
전자도서관.
문화행사·프로그램.
시설·공간 안내.
자료 이용 서비스.
회원 안내.
평소라면 지나쳤을 메뉴들입니다.

그런데 이 메뉴들을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그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서관을 발견하는 데 필요한 것은 새로운 건물이 아니라 새로운 메뉴 하나일 수도 있었습니다.

순서를 만들어보다.
그래서 가까운 도서관을 제대로 이용해보기 위한 순서를 만들어봤습니다.
먼저 내가 실제로 방문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을 하나 찾습니다.

운영시간과 휴관일을 확인합니다.
회원가입과 회원증 발급 조건을 봅니다.
전자책·오디오북·전자자료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현재 모집 중인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찾아봅니다.
예약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을 확인합니다.
원하는 자료가 없다면 상호대차나 다른 도서관 자료 이용방법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관심 있는 서비스 하나만 실제로 이용해봅니다.

순서는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도서관 찾기 → 이용조건 확인 → 숨은 서비스 확인 → 하나 선택 → 실제 이용
모든 서비스를 알 필요는 없었습니다.
하나라도 생활에 들어오면 도서관을 보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가치가 남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책 말고 무엇을 이용할 수 있는지 찾아보려 했습니다.
그래서 전자책이나 프로그램 같은 서비스 목록이 결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찾아볼수록 다른 것이 남았습니다.
매일 지나치는 공간도 내가 용도를 하나로 정해버리면 그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서관을 ‘책 빌리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책이 필요하지 않은 날에는 갈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정보를 찾는 곳,
배우는 곳,
문화를 경험하는 곳,
공간을 이용하는 곳,
디지털 자료에 접근하는 곳으로 바라보면 이용할 이유가 달라집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찾기 위해 항상 새로운 장소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동네에 있었습니다.
제가 그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고 있었을 뿐입니다.

기록하다.
매일 지나치는 도서관이 있다면 책 제목부터 검색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것부터 확인해봅니다.

✔ 가까운 공공도서관 홈페이지 들어가보기
✔ 운영시간과 휴관일 확인하기
✔ 회원가입·회원증 발급 조건 확인하기
✔ 전자책·오디오북 등 온라인 자료 확인하기
✔ 현재 운영 중인 문화·교육 프로그램 찾아보기
✔ 이용하거나 예약할 수 있는 공간 확인하기
✔ 디지털 자료와 기기 이용 서비스 확인하기
✔ 원하는 책이 없을 때 다른 도서관 자료 이용방법 확인하기
✔ 프로그램별 무료·유료 여부와 신청조건 따로 확인하기
✔ 발견한 서비스 가운데 하나를 실제로 이용해보기

오늘 노트에 남길 문장은 이것입니다.
매일 지나치던 도서관은 그대로였는데,
책장 밖을 찾아보기 시작하자
제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훨씬 넓어졌습니다.

참고자료
국립중앙도서관 – 공공도서관 관련 서비스 안내
국립중앙도서관 – 책바다 국가상호대차서비스 안내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 공공도서관 현황 및 통계
문화체육관광부 – 도서관 정책 및 공공도서관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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